"이 시험, 왜 3번 반복하나요?"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는 QA/RA 담당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타사 SOP를 참고했다"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FDA 심사관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는 점입니다. 다만 심사관이 원하는 답은 관행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Method Qualification(MQ) 단계에서 이미 정밀성 데이터를 확보해놓고도, 정작 반복시험 횟수(n)는 그 데이터와 무관하게 관행적으로 정해버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글에서는 MQ에서 얻은 정밀성 데이터를 실제로 반복횟수 설정 근거로 전환하는 방법을, ICH Q2(R2)가 요구하는 최소 기준부터 통계적 산출 논리,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반복횟수를 관행으로 정하면 안 되는 이유
FDA는 반복시험 횟수와 그 횟수에 적용되는 변동성 허용 기준이 승인된 시험법(SOP)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2022년 개정된 FDA OOS(Out-of-Specification) 가이드라인은 하나의 대표값(reportable result)을 얻기 위해 몇 회의 반복을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반복값 간 허용되는 변동 범위가 얼마인지를 시험법 문서에 사전에 정의해두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1] 즉 "몇 번 반복했는가"는 사후에 설명하는 항목이 아니라, 사전에 과학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이 설계의 출발점이 바로 MQ 단계에서 확보한 정밀성(Precision) 데이터입니다.
출발점: ICH Q2(R2)가 요구하는 정밀성 최소 기준
반복횟수를 논하기 전에, ICH Q2(R2)가 정밀성 평가 자체에 요구하는 최소 데이터 규모를 먼저 짚어야 합니다. 이 숫자가 MQ 설계의 하한선이 됩니다.
| 정밀성 종류 | ICH Q2(R2) 최소 요구 | 비고 |
|---|---|---|
| 반복정밀성(Repeatability) | 최소 9회 결정(3개 농도 × 3반복) 또는 최소 6회 결정(100% 시험 농도) | 동일 분석자·동일 장비·동일 시점 기준 |
| 중급정밀성(Intermediate Precision) | 최소 2개 이상의 변동 요인(분석자·일자·장비 등)을 조합한 설계 | 구체적 반복수는 규정하지 않고 설계 원칙만 제시 |
ICH Q2(R2)는 반복정밀성 평가를 3개 농도 구간에서 각 3회씩, 또는 시험 농도(100%) 구간에서 6회 결정하는 방식으로 확인하도록 규정합니다.[2] 중급정밀성은 정확한 반복 횟수를 못박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날짜·분석자·장비 조합처럼 실제 실험실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동 요인을 최소 2가지 이상 반영해 설계하도록 요구합니다.[3] 참고로 ICH Q2(R2)는 이 반복 구조(Replication Scheme) 설계를 ICH Q14의 시험법 개발 단계와 연결지어, 신뢰할 수 있는 대표값을 만들기 위한 반복 체계를 개발 단계에서부터 확립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4]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ICH Q2(R2)의 위 숫자는 "정밀성 평가 자체"를 위한 최소 데이터 규모이지, "일상 시험(Routine Testing)에서 몇 번 반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정이 아닙니다. 두 질문은 서로 다르며, 후자에 답하려면 MQ에서 확보한 정밀성 수치(RSD, 표준편차)를 별도로 활용해야 합니다.
MQ 데이터를 반복횟수 산출 근거로 바꾸는 3단계
1단계 — MQ 데이터에서 표준편차(s) 확보
반복정밀성 또는 중급정밀성 평가에서 얻은 표준편차(또는 RSD%)가 이후 계산의 기초 값이 됩니다. 이때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이 표준편차가 "짧은 기간, 통제된 조건"에서 얻은 값이라는 점입니다. MQ 당시의 변동성과 상용화 이후 장기간 누적되는 변동성은 다를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Assay Control 같은 관리시료의 장기 트렌드 데이터와 비교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 관행 — 회사별 SOP에 따라 요구 여부가 다를 수 있음, 미확인]
2단계 — 허용오차(E)와 신뢰수준 설정
다음으로, 시험 결과가 규격 판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허용 가능한 오차 범위(Margin of Error)를 정합니다. 이 값은 규격 범위, 관리 한계, 제품 특성에 따라 담당자가 과학적으로 정당화해야 하는 값이며, 정해진 공식값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3단계 — 표본크기 공식 적용
위 두 값을 아래의 표본크기 결정 공식에 대입해 필요한 최소 반복수(n)를 추정합니다. 이는 통계학에서 평균을 특정 신뢰수준으로 추정할 때 쓰이는 일반적인 공식이며, 특정 규제기관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산식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n = ( zα/2 × s / E )²
- n: 필요한 최소 독립 반복수
- zα/2: 신뢰수준에 따른 표준정규분포 임계값 (95% 신뢰수준 시 1.96)
- s: MQ에서 확보한 표준편차
- E: 허용 가능한 최대 오차 한계
예시 계산 (아래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예시이며, 실제 데이터는 각자의 MQ 결과로 대체해야 합니다): MQ에서 얻은 RSD가 1.2%이고, 허용오차를 ±1.5%로 설정했다면 n = (1.96 × 1.2 / 1.5)² ≈ 2.46이 되어, 소수점을 올림해 최소 3회의 독립 반복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대로 RSD가 2.1%로 더 컸다면 같은 허용오차 기준에서 n ≈ 7.5, 즉 최소 8회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예시가 보여주는 핵심은, 변동성이 커질수록 필요한 반복수도 함께 늘어난다는 관계를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n=3"이라는 숫자 하나만 놓고 보면 관행처럼 보이지만, 계산 과정을 문서에 남기면 그 자체가 과학적 근거가 됩니다.
독립 반복과 유사반복은 다릅니다
반복횟수 설계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실수는 "반복"의 정의 자체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전처리 시료를 기기에 3번 연속 주입하는 것과, 칭량·추출·희석 단계부터 독립적으로 3번 수행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전자는 기기 재현성만을 반영하고, 후자만이 분석법 전체의 변동성(Method Variance)을 대표합니다.
FDA의 2022년 개정 OOS 가이드라인은 이 두 상황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서로 다른 시료 전처리(Sample Preparation)로부터 얻은 복수의 시험 결과 중 하나라도 규격을 벗어난다면, 평균값이 규격 이내라 하더라도 보수적으로 그 결과 전체를 OOS로 간주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5] 반면 동일한 최종 시료 용액에서 얻은 반복 주입값(예: 같은 바이알에서의 HPLC 연속 주입)에 대해서는, 시험법에 사전 정의된 변동성 허용 기준을 충족하는 한 개별 주입값 하나가 대표 결과를 OOS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구분해서 설명합니다.[6] 이 구분을 SOP와 밸리데이션 보고서에 "독립적 시료 전처리(Independent Sample Preparation)"라는 표현으로 명시해두는 것이, 반복횟수 설계의 신뢰성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입니다.
시약 Lot·분석자·일자 변동까지 반영하는 실험 설계
MQ에서 확보한 표준편차가 실제 일상 시험의 변동성을 온전히 대표하려면, 분석자와 일자뿐 아니라 시약 Lot 같은 실험실 환경 요인까지 설계에 포함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아래는 이런 요인을 교차 배치하는 실험 설계의 한 예시입니다. (아래 반복 횟수와 구성은 예시이며, 실제 설계는 분석법의 특성과 위험도에 따라 담당 통계 전문가와 함께 조정해야 합니다.)
| 구분 | 분석자 A | 분석자 B |
|---|---|---|
| Day 1 | 시약 Lot 1 · 독립 전처리 3회 | 시약 Lot 2 · 독립 전처리 3회 |
| Day 2 | 시약 Lot 2 · 독립 전처리 3회 | 시약 Lot 1 · 독립 전처리 3회 |
| Day 3 (선택) | 시약 Lot 1 · 독립 전처리 3회 | 시약 Lot 2 · 독립 전처리 3회 |
이런 교차 설계로 얻은 전체 데이터의 표준편차에는 분석자 간 오차, 일자 간 오차, 시약 Lot 간 오차가 함께 반영됩니다. 이 값을 앞서의 표본크기 공식에 대입하면, 실제 상용화 이후 발생 가능한 변동성에 더 가까운 반복횟수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ANOVA(분산분석)로 각 요인이 전체 변동에 기여하는 비중을 나눠보면, 어떤 요인이 반복횟수를 늘리는 주된 원인인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증 도중 변동성이 더 크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면
MQ 당시 산출한 변동성보다 이후 누적된 관리시료(Assay Control) 데이터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때 기존에 확보한 배치 결과나 특성분석 데이터를 소급해서 무효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다음 세 단계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인 품질 시스템 원칙에 부합합니다.
- 원인 조사: 변동성 증가가 분석법 자체의 한계 때문인지, 시약 Lot 변경이나 특정 분석자의 숙련도 차이 같은 식별 가능한 원인 때문인지를 문서화된 조사로 규명합니다.
- 기존 데이터 영향 평가: 과거 데이터가 당시 승인된 시험법과 관리 기준을 준수한 상태에서 도출됐음을 확인하고, 새로 확인된 변동성이 과거 결론(품질 판정, 동등성 평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별도로 평가합니다.
- 반복횟수의 선제적 조정: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양성 OOS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새로 확인된 변동성을 반영해 반복횟수를 상향 조정하고 SOP를 개정합니다.
이 접근은 과거 데이터는 보호하면서도 향후 리스크는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ICH Q10이 강조하는 지속적 공정·시험법 개선(Continual Improvement)의 논리와 맞닿아 있습니다.[7] 다만 이 세 단계는 일반적인 품질 시스템 원칙을 정리한 것이며, 구체적인 문서 양식이나 승인 절차는 회사 SOP와 관할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내 절차에 따라 조정 필요]
반복횟수 설정에서 자주 하는 실수 4가지
| 실수 | 결과 |
|---|---|
| 반복 주입과 독립 전처리를 구분하지 않음 | 분석법 변동성이 실제보다 작게 추정됨 |
| MQ 데이터를 반복횟수 산출에 다시 쓰지 않음 | "관행적으로 3회"라는 답 외에 근거가 없음 |
| 시약 Lot 등 환경 요인을 정밀성 평가에서 누락 | 상용화 이후 변동성이 MQ 추정치를 초과함 |
| 반복수·변동성 허용기준을 SOP에 명시하지 않음 | OOS 발생 시 결과 처리 기준이 모호해짐 |
FAQ
Q1. ICH Q2(R2)에서 정한 반복횟수(9회 또는 6회)를 그대로 일상 시험 반복수로 써도 되나요?
아닙니다. 그 숫자는 정밀성 "평가" 자체를 위한 최소 데이터 규모이지, 일상 시험에서 매번 몇 번 반복할지를 정한 규정이 아닙니다. 일상 시험 반복수는 그 평가에서 얻은 표준편차를 바탕으로 별도로 산출해야 합니다.
Q2. 표본크기 공식(n = (z·s/E)²)은 FDA가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계산식인가요?
아닙니다. 이 공식은 통계학에서 평균을 특정 신뢰수준으로 추정할 때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도구입니다. FDA나 ICH가 이 산식을 명문화해 요구하지는 않지만, 반복횟수를 관행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산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3. 동일 시료를 여러 번 주입한 결과도 반복시험으로 인정되나요?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기기 재현성 확인 목적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분석법 전체의 변동성(전처리 오차 포함)을 대표하려는 목적이라면 칭량·추출 단계부터 독립적으로 수행된 전처리만 반복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Q4. MQ 이후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면 기존 배치 결과도 다시 검토해야 하나요?
기존 데이터를 자동으로 무효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변동성 증가의 원인을 조사하고, 그 결과가 과거 품질 판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문서화된 평가로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복시험 횟수는 "몇 번이 관행인가"가 아니라 "이 분석법의 변동성을 대표하려면 몇 번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MQ 단계에서 이미 확보한 정밀성 데이터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이며, 이를 계산 과정과 함께 문서화해두는 것만으로도 FDA 보완 요구에 대한 방어력은 크게 달라집니다.
참고문헌
- FDA, "Investigating Out-of-Specification (OOS) Test Results for Pharmaceutical Production" (Revision 1, 2022) — 반복수 및 변동성 허용기준의 시험법 사전 명시 요구: https://www.fda.gov/media/158416/download
- ICH, "Q2(R2) Guideline: Validation of Analytical Procedures" (2023) — 반복정밀성 최소 요구기준(9회 또는 6회 결정): https://database.ich.org/sites/default/files/ICH_Q2(R2)_Guideline_2023_1130.pdf
- EMA, "ICH guideline Q2(R2) on validation of analytical procedures" — 중급정밀성 설계 원칙(분석자·일자 등 변동 요인 조합): https://www.ema.europa.eu/en/documents/scientific-guideline/ich-guideline-q2r2-validation-analytical-procedures-step-2b_en.pdf
- ISPE, "Comments on ICH Guideline Q2(R2)" — ICH Q14 방법개발 단계와 반복 구조(Replication Scheme) 설계의 연계: https://ispe.org/sites/default/files/regulatory/ISPE-Commenting/2022/ISPE%20CommentsICHQ2R12022-07.pdf
- FDA, "Investigating Out-of-Specification (OOS) Test Results" — 서로 다른 시료 전처리 간 평균 처리 원칙(OOS 결과 포함 시 보수적 판정): https://www.fda.gov/media/158416/download
- GMP Compliance (ECA Academy), "FDA Updates Guidance on Investigating OOS Test Results" — 동일 최종 시료 반복 주입값 처리 원칙 요약: https://www.gmp-compliance.org/gmp-news/fda-updates-guidance-on-investigating-out-of-specification-oos-test-results-for-pharmaceutical-production
- ICH, "Q10 Pharmaceutical Quality System" — 지속적 개선(Continual Improvement) 원칙: https://database.ich.org/sites/default/files/Q10%20Guideline.pdf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