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현은 왜 매번 보완 요구를 받을까.” CTD를 세 번째 제출하고도 같은 항목에서 Deficiency Letter를 받아본 RA 담당자라면 한 번쯔음 해봤을 생각입니다. 문제는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에서 표현이 흔들리는 데 있습니다. CTD 작성은 결국 “같은 숫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왜 같은 숫자가 문서마다 다르게 보일까
CTD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쓰는 문서가 아닙니다. QC가 원자료를 만들고, 분석법 밸리데이션 담당자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RA 담당자가 모듈 3로 옮기고, 다시 모듈 2 요약문으로 압축합니다. 숫자와 표현이 최소 세 번 손을 거치는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패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유효숫자 불일치: 규격이 소수점 둘째 자리(예: ≤ 0.05%)인데, 배치 분석표에는 0.047%처럼 더 정밀한 자리수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 또는 중간 계산 단계에서 미리 반올림을 해버려 최종 합격/불합격 판정이 바뀌는 경우.
- 부등호 표기 혼용: 정량한계(LOQ) 미만 데이터를 어떤 섹션에서는 “< 0.05%”로, 다른 섹션에서는 “ND” 또는 “0.0%”로 적는 경우. 또는 “이상/이하”와 “초과/미만”을 구분하지 않고 물결표(~)로 얼버무리는 경우.
두 패턴 모두 데이터가 잘못된 게 아닙니다. 같은 데이터를 말하는 방식이 모듈마다, 작성자마다 달라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심사관 입장에서는 표기가 흔들리는 순간 “이 회사가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CTD 작성의 4가지 공통 원칙
규제기관마다 세부 요구사항은 다르지만, 여러 바이오·제약 기업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글쓰기 원칙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 수동태 중심의 서술 (영문 작성 시)
주어가 누구인지보다 어떤 행위와 데이터가 수행되었는지가 중심이어야 합니다. “We analyzed the samples”보다 “The samples were analyzed”가 CTD 본문의 기본 어투입니다.
2) 시제를 용도에 맞게 분리
이미 끝난 특정 실험이나 배치 생산, 밸리데이션 결과는 과거형으로 기재합니다. 반면 현재 유효한 SOP나 일반적인 과학적 사실, 영구적인 공정 절차는 현재형으로 씁니다. 두 시제가 한 문단 안에서 뒤섞이면 “이게 1회성 결과인지 표준 절차인지” 심사관이 헷갈리게 됩니다.
3) 가치 판단적 형용사 배제
“매우 뛰어난 안정성”이나 “현저한 감소” 같은 주관적 표현은 CTD에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통계적 유의성(p < 0.05)이나 구체적인 감소율 같은 수치로 대체해야 합니다. 형용사가 들어가는 순간 그 문장은 근거가 아니라 주장이 됩니다.
4) 약어는 모듈별로 다시 정의
같은 약어라도 모듈이 바뀌면 처음 등장할 때 풀네임을 다시 명시해야 합니다.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처럼 흔한 약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실무에서 통하는 해결책 3가지
원칙을 안다고 실수가 줄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운영 방식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해결책 1. 시험 항목별 유효숫자 가이드를 문서화하기
작성을 시작하기 전에 함량, 불순물, 미생물 등 시험 항목별로 규격 유효숫자를 표로 고정해 둡니다.
- 함량(Assay) 규격이 95.0–105.0%라면 결과는 98.2%, 101.0%처럼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만 표기. 101%나 101.03%는 금지.
- 불순물(Impurity) 규격이 ≤ 0.15%라면 결과는 0.07%, 0.11%처럼 둘째 자리까지 표기.
이 표 하나만 미리 합의해도, 작성자마다 자릿수를 임의로 정하는 일이 사라집니다. 중간 계산 단계에서는 최종 유효숫자보다 한 자리 이상 더 유지한 뒤 마지막에만 반올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USP <1010>(Analytical Data—Interpretation and Treatment)에서도 규격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소수점 자리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최종 계산이 끝난 뒤에만 반올림하라고 권고합니다. 중간에 미리 반올림하면 누적 오차로 합격이 불합격으로 바뀌는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해결책 2. 정량한계 미만 데이터의 부등호 표기를 하나로 통일하기
가장 추천하는 표기는 “< 0.05% (LOQ)”처럼 부등호 뒤에 구체적인 LOQ 수치를 함께 적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 LOQ”라고만 적으면 심사관이 별첨 문서를 매번 뒤져서 실제 수치를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 절대 피해야 할 표기가 “0” 또는 “0.0%”입니다. 실제로 측정값이 0인 것과 시험법의 한계로 검출하지 못한 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ND(Not Detected)는 검출한계(LOD) 미만, “< 0.05%”는 정량한계(LOQ) 미만이라는 점도 섹션마다 흔들리지 않게 구분해야 합니다.
경계값 표기도 같은 원칙입니다. pH 6.5–7.5처럼 물결표나 하이픈을 쓰면 경계값 포함 여부가 모호해집니다. ≥ 6.5 및 ≤ 7.5처럼 명확한 부등호로 통일하고, 제조공정·품질규격·밸리데이션 보고서 세 문서에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해결책 3. 데이터를 만지지 않은 제3자가 크로스체크하기
작성자 본인이 자기 문서를 다시 읽으면 착시 현상으로 오류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QC 원자료나 밸리데이션 보고서의 수치가 모듈 3, 다시 모듈 2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한 글자씩 유실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데이터를 직접 다루지 않은 다른 파트원이나 QA 담당자에게 “규격서 수치와 본문 수치·부등호 일치 여부만” 타겟해서 검토하도록 체크리스트에 필수 단계로 넣는 것입니다. 검토 범위를 좁혀줄수록 실제로 더 꼼꼼하게 봅니다.
실전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은 실제 허가 문서를 검토할 때 가장 자주 걸리는 항목만 추려낸 것입니다. CTD 작성을 마무리하기 전, 제출 직전 단계에서 한 번씩 훑어보길 권합니다.
데이터 및 수치 일관성
- 모듈 3의 세부 데이터와 모듈 2 요약문에 인용된 수치가 완벽히 일치하는가
- 동일 시험법의 결과·규격 소수점 자리수가 문서 전체에서 통일되었는가 (1.0%와 1.00%가 혼용되지 않았는가)
- 정량한계 미만 결과의 부등호·문자 표기가 규격서와 결과 보고서 간에 일치하는가
- 숫자와 단위 사이의 공백 규정이 전반에서 일관적인가 (37 °C vs 37°C)
문서 구조 및 포맷
- ICH M4 규정에 따른 섹션 넘버링(3.2.S.4.1, 3.2.P.5.1 등)이 누락되거나 변형되지 않았는가
- 외부 별첨 Validation Report나 SOP 번호가 최신 개정본과 일치하는가
- 모든 표·그림에 일련번호와 타이틀이 있고, 본문에서 정확히 인용하고 있는가
톤앤매너
- “~해야 한다(Should, Must)” 대신 “~하게 수행되었다(Was performed)”처럼 서술형으로 작성되었는가
- “대체로(Generally)”, “약(Approximately)”, “필요 시(If necessary)” 같은 모호한 표현 대신 구체적 조건·기준이 명시되었는가
FAQ
Q. 유효숫자 가이드는 어느 부서가 만들어야 하나요?
보통 QA나 RA 부서가 주도하되, 실제 데이터를 생성하는 QC·분석팀과 함께 합의하는 방식이 가장 잘 정착됩니다. 한쪽에서만 정하면 현장 데이터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Q. “< LOQ”와 “ND”를 같은 의미로 써도 되나요?
아닙니다. ND는 검출한계(LOD) 미만을 뜻하고 “< LOQ”는 정량한계 미만을 뜻하므로, 두 표현은 측정 가능 범위 자체가 다릅니다. 혼용하면 데이터의 실제 신뢰 구간이 왜곡되어 보입니다.
Q. 스타일 가이드를 만들 시간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요?
전체 스타일 가이드를 한 번에 완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제출 건에서 다루는 시험 항목만이라도 유효숫자·부등호 표기 표를 먼저 만들고, 제출이 끝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참고문헌
- USP General Chapter <1010> Analytical Data—Interpretation and Treatment — 분석 데이터의 통계적 처리 및 반올림 원칙(최종 계산 이후에만 반올림)을 규정.
- ICH M4 (CTD: The Common Technical Document) — CTD 모듈 구성 및 섹션 넘버링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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