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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EM은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배지 이름에 숨은 두 과학자 이야기

세포 배양실에서 일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DMEM이 도대체 무슨 뜻이지?" 시약병에 붙은 라벨을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정작 그 안에 어떤 역사와 인물이 들어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10년 넘게 세포 배양을 다뤄온 입장에서 보면, 이 약자 하나에 20세기 중반 생물학의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 두 개가 동시에 녹아 있다.

동물 조직을 떠난 세포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은 살아있는 세포를 실험관 안에서 직접 들여다보고 싶어 했다. 이 단순하면서도 절박한 욕구가 CO2 인큐베이터와 세포 배양용 배지 같은 도구를 낳았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지금 거의 모든 세포 배양실 냉장고에 자리 잡고 있는 DMEM이다. 이번 글에서는 DMEM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EMEM과는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이 배지 이름에 왜 노벨상 수상자의 이름이 붙었는지 차근차근 풀어본다.

왜 동물세포는 몸 밖에서 금방 죽는가

미생물은 발견된 장소의 환경을 흉내 내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온도와 pH, 영양원 몇 가지만 맞춰주면 증식하는 균들이 많다. 물론 까다로운 미생물도 적지 않지만, 적어도 "조건을 흉내 낸다"는 접근 자체는 통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동물세포는 사정이 다르다. 몸이라는 정교한 미세환경, 즉 혈류를 통한 산소와 영양 공급, 주변 세포와의 신호 교환, 일정하게 유지되는 체온과 pH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면 세포는 빠르게 기능을 멈춘다. 그런데도 생물학자들은 세포 분열이나 바이러스 감염, 약물 반응 같은 현상을 살아있는 세포에서 직접 관찰하고 싶어 했다. 동물을 매번 희생시키지 않고, 같은 세포를 반복해서 들여다볼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두 가지 도구가 함께 발전했다. 하나는 일정한 온도와 CO2 농도, 습도를 유지해 세포 주변 환경을 흉내 내는 CO2 인큐베이터였고, 다른 하나는 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물에 녹여 공급하는 배양용 배지였다.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 적절한 영양과 적절한 물리적 환경이 동시에 갖춰져야 세포는 비로소 실험관 속에서 분열을 이어간다.

해리 이글이 놓은 첫걸음, EMEM

배지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 해리 이글(Harry Eagle)이다. 면역학자였던 그는 1959년 사이언스(Science)에 미니멀 에센셜 미디엄(Minimal Essential Medium, MEM), 흔히 EMEM(Eagle's Minimal Essential Medium)이라 불리는 배지를 발표했다. 이름 그대로 세포가 살아가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성분만 추려 담은 배지였다.

EMEM의 기본 골격은 단순했다. 얼(Earle)의 염류 용액을 기반으로 한 6가지 무기염, 여기에 13가지 필수 아미노산과 8가지 비타민, 그리고 포도당을 더한 조합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핵심만 담은 처방이었고, 이후 등장하는 거의 모든 합성 배지의 출발점이 됐다.

둘베코의 손길이 더해진 DMEM

EMEM이 등장한 같은 해인 1959년, 레나토 둘베코(Renato Dulbecco)와 동료 연구자 프리먼(G. Freeman)은 이 배지를 한 단계 더 보강한 처방을 내놓는다. 이것이 바로 DMEM, Dulbecco's Modified Eagle Medium의 시작이다. 이름을 그대로 풀면 '둘베코가 변형한 이글의 배지'라는 뜻이다.

둘베코가 손을 댄 부분은 명확하다. 아미노산과 비타민 농도를 EMEM 대비 네 배가량 끌어올렸고, 포도당 농도도 크게 높였다. 초기 처방은 1L당 1g 수준의 포도당이었지만, 이후 더 많은 세포주에 적용하기 위해 1L당 4.5g까지 끌어올린 고농도(high glucose) 버전이 나와 지금도 널리 쓰인다. 여기에 글리신, 세린, 그리고 철 공급원인 질산제2철(ferric nitrate)을 추가로 넣어 더 다양한 세포가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영양을 보강한 이유는 단순했다. 처음 EMEM은 비교적 짧은 주기로 자주 갈아줘야 했지만, 농도를 높인 배지는 세포가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실제로 둘베코의 변형 배지는 처음 마우스 배아세포 배양에 쓰이기 위해 고안됐지만, 이후 마우스와 닭의 1차 배양 세포는 물론 다양한 정상세포와 형질전환세포까지 폭넓게 적용되며 표준 배지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더해진 또 하나의 장치가 페놀레드(phenol red)다. 이 색소는 pH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지표 역할을 하는데, 배지가 산성으로 기울면 노란빛, 알칼리성으로 기울면 붉은빛을 띤다. 이 덕분에 연구자는 현미경을 들이대지 않고도 배지 색깔만 보고 세포 상태와 배지 교체 시점을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작은 첨가물 하나가 실험실의 일상적인 관찰 방식을 바꿔놓은 셈이다.

DMEM이라는 이름에 담긴 또 다른 인물, 둘베코

그런데 왜 하필 둘베코의 이름이 붙었을까. 이 대목에서 한 가지 흔한 오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레나토 둘베코는 197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많은 사람이 이 수상 이유를 "역전사효소 발견" 정도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 해 노벨상은 둘베코,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 하워드 테민(Howard Temin) 세 사람이 종양 바이러스와 세포 유전물질의 상호작용을 밝힌 공로로 공동 수상한 것이다.

역전사효소 자체를 실제로 발견한 사람은 볼티모어와, 둘베코의 제자였던 테민이다. 두 사람은 각각 독립적으로 거의 동시에 이 효소를 찾아냈다. 둘베코의 핵심 업적은 그보다 앞서 종양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를 어떻게 악성으로 바꾸는지, 그리고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숙주세포의 DNA에 실제로 통합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였다. 이 토대가 있었기에 볼티모어와 테민의 역전사효소 발견이 비로소 의미를 갖췄고, 세 사람이 함께 노벨상을 받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세포 배양실에서 DMEM과 늘 함께 다니는 또 하나의 시약인 DPBS(Dulbecco's Phosphate-Buffered Saline) 역시 같은 둘베코의 이름을 달고 있다. 세포를 씻어내거나 떼어내는 전처리 단계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용액 역시, 그가 세포 배양 환경을 정교하게 다듬어 가던 같은 흐름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실전 팁: 배지 라벨, 이렇게 읽으면 헷갈리지 않는다

  • 포도당 농도 표기를 확인한다. "DMEM low glucose(1g/L)"와 "DMEM high glucose(4.5g/L)"는 같은 DMEM이라도 세포 대사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세포주가 권장하는 농도를 프로토콜에서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 페놀레드 유무를 본다. 형광 이미징이나 일부 민감한 분석에서는 페놀레드가 배경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어, phenol red-free 제품을 따로 쓰는 경우가 있다.
  • L-글루타민과 피루브산나트륨 포함 여부를 체크한다. 제조사마다 이 두 성분의 포함 여부가 다르므로, 배지를 바꿀 때는 라벨의 첨가물 목록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FAQ

Q1. DMEM과 EMEM 중 아무거나 써도 되나요?
세포주마다 권장 배지가 다르다. EMEM은 비교적 영양 농도가 낮아 일부 1차 배양세포나 특정 세포주에 적합한 반면, DMEM은 더 높은 영양 농도 덕분에 폭넓은 세포주에서 표준처럼 쓰인다. 사용 중인 세포주의 ATCC 또는 공급처 권장 배지를 우선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Q2. 배지 색이 노랗게 변하면 바로 갈아줘야 하나요?
페놀레드가 노란빛을 띤다는 것은 배지가 산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신호로, 대개 세포 대사산물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색 변화의 정도와 배양 주기, 세포 밀도를 함께 고려해 교체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Q3. 둘베코가 DMEM을 발표한 게 1959년이라는데, 노벨상을 받은 것은 그보다 한참 뒤인가요?
맞다. DMEM 발표는 1959년이고, 노벨상 수상은 1975년이다. 두 업적은 시기도, 연구 주제의 결도 다르다. 배지 개발은 세포 배양 기술 자체를 다듬는 작업이었고, 노벨상은 그 이후 진행한 종양 바이러스 연구의 성과였다.

참고문헌

  • Wikipedia, "Eagle's minimal essential medium" — EMEM의 1959년 발표 배경과 DMEM으로의 변형 과정(아미노산·비타민 4배 농축)에 관한 서술.
  • Wikipedia, "Renato Dulbecco" — 197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 배경 및 둘베코의 종양 바이러스 연구 내용.
  •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1975, Press release, NobelPrize.org — 둘베코의 연구가 바이러스 유전물질의 숙주 DNA 통합을 입증한 과정에 관한 설명.
  • Howard Martin Temin, Wikipedia — 테민과 볼티모어의 역전사효소 독립적 동시 발견에 관한 서술.
  • Sigma-Aldrich(Merck), "Dulbecco's Modified Eagle's Medium (DMEM) Formulation" — DMEM의 기본 처방(BME 대비 4배 아미노산·비타민, 초기 포도당 1g/L) 정보.
  • Thermo Fisher Scientific, "Dulbecco's Modified Eagle Medium (DMEM)" — DMEM의 중탄산나트륨 완충 시스템 및 FBS 보충 관련 정보.
  • Corning, "DMEM (Dulbecco's Modified Eagle's Medium)" — DMEM 처방 변형(포도당, 피루브산나트륨, 중탄산나트륨, L-글루타민 유무)에 관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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